#1.[2019.02.27] 퇴사통보를 하다

2019. 4. 3. 23:37생각/2019.03.31 퇴사

한동안 들지 않았던 펜을 들고 글을 쓴다. 오늘은 특별한 날이기 때문이다. 인생이란 Birth와 Death 사이의 Choice로 이루어진다는데, 기록해야만 하는 Choice를 한 날이다. 바로 회사에 퇴사통보를 해버리고 말았다. 물론 아직 한 단계가 남았다. 팀장님에게 정식으로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, 내입으로 '퇴사'라는 단어를 꺼낼 줄이야! 이 말은 떨어지지가 무섭게 낙장불입이라는 화투판에서의 철저한 규칙이 연상될 정도로 다시는 되담을 수 없는 말인 것이었다. 이 말의 무게를 체감하는 동시에 아직까지는 가볍다 못해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지고 있다. 그래, 이 기분을 말 그대로 만끽 해야만 한다. 그래도 도취되면 곤란한 법, 앞을 똑바로 직시하기로 했다. 거울을 보며 내 자신에게 이야기 했다. 계속 이 모습 그대로 웃자고, 마지막에 웃는 사람은 내가 될 것이라고,

지난 3년 7개월을 다시 떠올려 볼 때 최근 1년 반이라는 시간은 그럭저럭 참을 순 있었지만 고통의 나날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. 나는 그 고통을 잊고자 책의 세계로 도피했다. 인생에 있어서 가장 많은 책을 읽었던 시기이기도 했다. 책에서 나에게 던지는 물음들,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?에 대해 내 나름의 답을 내린 것이 있다면 나를 나답게 만드는 영역을 넓히기 위해 투쟁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. 세상은 끊임없이 나와 우리를 옭아매고 움켜쥔다. 그런 자연적 속성에서 내가 그 사실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면 결국은 틀에 박힌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이다. 인지하는 것부터 어렵거니와 몸을 비트는 것은 더 힘들다. 이 과정은 정말 눈물이 나도록 힘들다. 이런 상황을 투쟁이라는 단어가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.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상황에 싸울 생각도 못하고 점점 굳어가기만 한다. 하지만 책에서는 분명히 이야기 하고 있었다. 제발 좀 투쟁하라고!

그래, 난 그대로 실천으로 옮겼다. 이를 위해 1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다. 앞으로 뭘 할꺼냐고? 여기서도 나는 책만 믿고 가고자 한다. 준비는 완벽히 되어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.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빠르게 나의 장비를 점검하고 달려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.

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오롯이 나를 위한 공부를 한 적이 없었다. 대학 가기 위한 공부, 취업하기 위한 공부, 이들은 내게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되어 주지 못했다. 이제부터는 나를 위한 공부를 할 것이다.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공부, 내가 좋아하고 재밌어하는 공부와 일을 할 것이다. 지금 이 순간 가슴이 벅차오르고 설레는 기분을 활자를 통해 그대로 옮겨본다. 성공하든 실패하든 후회없이 앞으로 나아가보려고 한다.

2019.02.27